최신 IT 뉴스

2002/03/12(17:11) from 61.84.234.18
작성자 : 강줄기 (jkkang65@hanmail.net)	조회수 : 3166 , 줄수 : 10

Re: 양자컴퓨터? - 마지막번째

또 하나, 중첩을 이용할 수 있는 알기 쉬운 예로 난수 발생기가 있다. 현재 컴퓨터에서 난수를 발생하는 방법은 정말 난수처럼 보이지만 그때 쓰인 seed 값을 알고 있다면 원칙적으로 예상할 수 있는 루틴을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양자 비트를 (|0> + |1>) / 와 같이 준비하고 이것을 측정하면 어떻게 될까. 좀 익숙해진 독자들은 0이 나올 확률이 1/2, 1이 나올 확률이 1/2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두 경우의 확률이 1/2로 완전히 같다는 것은 무엇이 나올지 전혀 예측할 수 없다는 것과 일맥상통하다. 따라서 이것을 몇 번 반복해 n 비트 짜리 숫자를 만들면 그것이야말로 완전한 난수가 되는 것이다. 양자 컴퓨터의 미래 양자 비트와 양자 역학을 사용하면서 나타나는 재미있는 일들은 훨씬 더 많다. 물리학자들은 양자 역학의 두 번째 가정(중첩상태일지라도 측정을 하면 하나의 고유상태가 관측된다)을 '상태 붕괴(collapse)'로 표현한다. 이 성질을 이용하면 두 사람이 양자 비트를 사용해 통신할 때 중간에 도청자가 있어도 (관측을 하게 되므로) 양자 비트의 상태가 붕괴돼 이를 알아낼 수 있다. 즉, 도청의 유무를 알 수 있을 뿐 아니라 좀더 머리를 쓰면 아예 원칙적으로 도청이 불가능하게 통신을 할 수도 있다. 좀더 정확히 말하면 암호학에서 비밀키를 안전하게 공유하는 방법인데, IBM에서는 위성과 기지국 간의 통신에 활용하려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양자 원격이동(quantum teleportation)은 양자상태를 멀리 있는 곳으로 전달하는 방법을 말한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물질 자체를 보내는 것이 아니라 그 물질의 상태를 보낸다는 것이다. 물리학적으로 두 동일한 양자 시스템은 전혀 구분할 수 없기 때문에 상태가 전달되면 원격이동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지금은 하나의 양자 비트를 원격이동시키는 수준이지만 좀더 많은 비트를 다루는 것은 기술 및 시간 문제다. 그렇다고 SF 영화에서 나오는 원격이동을 상상하면 곤란하다. 사람의 몸을 이루고 있는 모든 원자의 상태를 정확하게 이동했다고 하더라도 과연 사람의 육체와 정신이 완전히 이동되는 것인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이것은 물리학자들 사이에도 통일된 견해가 없다. 어쨌든 이런 것도 양자 컴퓨터와 함께 연구되고 있는 분야이다. 또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중첩돼 있는 양자상태는 복사할 수 없다는 것이다. 기존의 비트는 그 값을 읽어서 얼마든지 다른 비트로 복사할 수 있지만 중첩돼 있는 양자 비트는 그것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양자 컴퓨터의 프로그램이 중첩된 양자상태로 판매된다면 원칙적으로 전혀 복사가 불가능해진다. 소프트웨어 업계에서는 좋아할 일이다. 하지만 속단은 금물이다. 아직 양자 컴퓨터가 어떤 구조를 가질지, 프로그램은 어떻게 구성돼야 하는지, 저장장치는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지에 대해 아직 연구가 전무한 실정이다. 필자는 양자 컴퓨터 분야에서도 리차드 스톨만 같은 사람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누가 미래를 말할 수 있는가 사실 양자 컴퓨터를 비롯해 양자 시스템을 이용해 정보를 처리하는 분야는 굉장히 다양한 주제를 포함하고 있다. 이 글에서 다룬 내용은 매우 제한적일 뿐이다. 또한 양자 컴퓨터에 대한 연구는 거의 초기 단계이므로 앞으로 얼마나 더 확대될지 단언하기가 쉽지 않다. 현재로서는 양자 컴퓨터가 무엇으로 만들어질지도 아직 명확하지 않다. 생소한 말이겠지만 핵자기 공명, 이온덫, 초전도소자, 고체 핵스핀, 양자점, 양자공진기 등 매우 많은 양자 시스템이 저마다 양자 컴퓨터가 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어떤 사람은 대략 20년 후면 양자 컴퓨터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예상하는 반면 어떤 사람은 이러저러한 이유로 양자 컴퓨터는 만들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트랜지스터가 발명됐을 때 누구도 지금의 컴퓨터를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고, 꼭 십년 전인 1991년에 지금처럼 인터넷과 개인휴대통신이 보급될 것이라고 내다본 사람은 극소수였을 것이다. 양자 컴퓨터가 언제 실용화될지, 또는 정말 만들어질지는 쉽게 말하기 어려운 문제다. 하지만 각국이 앞다퉈 연구에 대한 투자의 규모를 늘리는 이유는 그것의 파급효과 때문이다. 양자 컴퓨터를 비롯해 양자 시스템으로 정보를 다루는 기술이 완성된다면 분명 우리는 또 한번 전혀 새로운 세상에서 살게 될 것이다.

Powered by Kang Jul K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