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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3/12(17:10) from 61.84.234.18
작성자 : 강줄기 (jkkang65@hanmail.net)	조회수 : 2904 , 줄수 : 10

Re: 양자컴퓨터? - 세번째

1. 양자 고양이의 상태는 |0>과 |1>이 '중첩'돼 있을 수 있다. 2. 우리가 양자 고양이를 관찰하게 되면 그 고양이는 '죽었거나 살아있거나'의 두 가지 '고유 상태' 중 하나의 상태로 된다. 3. 이때 죽어있을 확률과 살아있을 확률은 계수(a,b)의 제곱으로 주어진다. 자, 이쯤에서 한마디 덧붙이겠다. 믿고 안 믿고는 여러분의 자유다. 행여 이해하거나 받아들일 수 없어도 괜찮다. 아인슈타인도 끝까지 양자 역학을 인정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필자에게 묻는다면 그것을 사실로는 인정하지만 이해하기는 힘들다고 답하겠다. 그런 중첩 상태가 존재한다는 것이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뒤집어 생각하면 딱히 중첩 상태가 있으면 안 될 이유도 별로 없는 것 같다. 보통 처음 양자 역학을 처음 배우는 경우에 '이상하다'를 반복하다가 어느 순간에 '뭐가 이상하지? 하나도 잇이상하지 않다'로 바뀐다고들 말한다. '과학혁명의 구조'를 쓴 토마스 쿤의 말처럼 패러다임의 주입과 그로 인한 게슈탈트 전환일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이 가정들을 사실로 받아들이자. 이 양자 역학의 기본 가설들은 '물리적 실재란 무엇인가, 객관적 실체와 관측자의 행위 관계, 자연은 결정론적인가 비결정론적인가, 우주는 단일 우주인가 시시각각 여러 개로 갈라지는 다중 우주인가'와 같은 여러 가지 철학적 문제로까지 확대되고, 양자 역학이 탄생한지 100년이 됐지만 아직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고 있다. 다만 이런 가정을 받아들이고 나서 여러 가지 현상을 양자 역학을 이용해 설명하면 기가 막히게 잘 맞아떨어진다는 것이다. 무엇이 양자 컴퓨터인가 자, 이제 컴퓨터 얘기로 들어가자. 먼저 컴퓨터를 정의하면 수학자나 전산이론을 공부한 사람이라면 튜링 기계를 떠올릴 것이고, 그밖에 여러 가지 말들이 있지만 물리학자들은 컴퓨터를 다음과 같이 이해한다. '분명히 실존하는 물리계의 상태를 정보로 해석할 수 있고 그 물리계의 변화가 연산으로 해석될 수 있다'면 이 물리계는 컴퓨터라고 말이다. 다소 어려운 표현으로 비춰지나 곰곰이 생각하면 아주 당연한 얘기다. 보통 쓰이는 컴퓨터는 정보를 전선에 걸리는 전압으로 표현하며, 이 전선들이 복잡한 트랜지스터의 조합을 통과하면 그 변화된 결과를 연산으로 보는 것이다. CPU, 메모리, 아키텍처 등은 모두 그 다음 얘기다. 앞서 언급한 파인만은 말년에 컴퓨터와 연산에 대해 깊은 관심을 보였는데, 그는 한 강의 시간에 당구공으로 만든 컴퓨터의 모형을 제시하기도 했다. 당구공이 오른쪽 위로 날아가면 0, 오른쪽 아래로 날아가면 1로 정의해 당구공이 벽과 부딪히거나 서로 부딪혀서 진행방향이 바뀌는 것을 연산이라고 본 것이다. 사실 1947년에 미국 벨연구소의 물리학자 바딘, 브래튼, 쇼클리 등이 트랜지스터를 발명한 이래, 트랜지스터의 특성을 이용해 AND, OR, NOT 등과 같은 간단한 논리연산 소자를 만들었고 이것이 지금의 컴퓨터를 만들었다. 만약 당구공이 트랜지스터보다 훨씬 다루기 쉽고, 전자보다 빠르고, 조그맣게 집적할 수 있었다면 지금 모두 당구공 컴퓨터를 쓰고 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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