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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7/24(21:52) from 211.169.72.146
작성자 : 강줄기 (jkkang65@hanmail.net)	조회수 : 2612 , 줄수 : 33

이상산 KISTI 슈퍼컴센터장

선종구 ninesun21@dt.co.kr 2001/07/24 ‘슈퍼컴퓨터 전도사’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산하 슈퍼컴퓨팅센터의 이상산 센터장에게 따라붙는 수식어다. 국내에 몇 안돼 고이 모셔지기만 하던 슈퍼컴퓨터를 연구자의 손에 돌려주기 위해 애쓴 그의 노고에 주변 사람들이 붙인 별명이다. 이상산 센터장(박사)은 최근 슈퍼컴퓨터와 관련해 한 건(?)을 올렸다. 이미 지난 98년에 최신형으로 교체했어야할 슈퍼컴퓨터 3호기를 지난 20일 도입키로 하고 한국IBM과 조인식을 가진 것. 조인식을 끝낸 그는 “묵은 체증이 시원하게 내려간 기분”이라고 토로했다.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위기 탓에 3년을 미뤄오던 역점사업을 마무리한 데다, 성능 또한 4.24테라플롭스(초당 4조2000억회 연산능력)로 세계 최고를 자랑하기 때문이다. 그를 아는 사람이라면 “3호기 도입은 그가 없었다면 더 늦춰졌을 것”이라고 말한다. 기획예산처를 비롯해 정부를 상대로 숱하게 3호기 도입 필요성을 설득한 그의 공로를 알기에 나오는 얘기다. 그럼에도 그는 “슈퍼컴 구모델의 장기 운용에 따라 연구자들의 불만이 높았었는 데 이제 말끔히 해소할 수 있게 돼 기쁠 따름”이라고 담담하게 소감을 말한다. 그가 슈퍼컴퓨터와 인연을 맺은 것은 미국 유학 시절. 서울대학교에서 기계공학 석사를 마치고 지난 87년 스탠포드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을 때의 일이다. 스탠포드대는 미항공우주국(NASA)의 에임스(Ames)연구소와 Mbps급 인터넷으로 연결돼 나사를 찾지 않고도 스탠포드대에서 슈퍼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었던 것. 그는 이 때 크레이(Cray) 슈퍼컴을 첫 대면하고, 국내 실상이 너무나 안타까웠었다고 말한다. 미국 유학에 필요할 것으로 생각해 서울대에서 쓰던 연산 프로그램들을 복사해갔는데 미국에 와보니 수준차가 이만 저만이 아니더라는 것. 결국 남이 볼까 부끄러워 가져간 프로그램들은 꺼내보지도 못했다. “그 때부터 슈퍼컴퓨터의 매력에 빠져 들었습니다. 91년에는 스탠포드대 안에서 슈퍼컴을 가장 많이 사용한 사람으로 꼽혔을 정도니까요” 한 해 주어진 2000시간의 사용시간을 다 쓰고도 모자라 시간을 더 달라고 학교 측에 하소연할 정도였다. 슈퍼컴퓨터를, 그것도 인터넷과 이더넷으로 연결된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난류계산에 관한 논문을 쓰던 당시 그는 “경이로운 세상을 만난듯한 기분이었다”고 한다. 특히 그는 슈퍼컴의 세상은 연구자의 능력이 아닌 국가의 역량임을 깨달았단다. 국가를 한 단계 도약시키기 위해서는 연구환경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뼈저리게 느꼈다는 것이다. 92년 박사학위를 딴 그는 94년까지 에임스연구소와 스탠포드대 난류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일했다. 슈퍼컴퓨터를 곁에 두고 유체공학을 연구하는 재미에 붙들렸던 것. 그러던 차에 한국에 있던 후배의 꼬임(?)에 빠져 94년 7월 고국행 비행기를 탔다고 한다. “한국의 시스템공학연구소(SERI)가 슈퍼컴을 가지고 있는데 이를 무한으로 쓸 수 있다”며 후배가 메일로 유혹하더라는 것. “결과적으로 속았다”면서 그는 웃는다. 연구소에 미국에서 쓰던 것과 동일한 Cray C90 슈퍼컴이 있었으나 사용시 돈을 받더라는 것이다. 외부인은 초당 3원의 사용료를 받았는데, 내부인은 오히려 초당 180원을 받더라는 것이다. 이 때 그는 또 한번 기계의 단순 보유가 아닌 연구환경과 지원체계의 중요성을 피부로 느꼈다. 당시에는 센터내에 슈퍼컴을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 없고 운영자만 있던 현실의 반영이었다. 그래서 그는 SERI내에 있던 슈퍼컴퓨팅센터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으로 이전될 때 과감히 슈퍼컴퓨팅센터 근무를 자원했다고 한다. “그때는 박사학위 소지자가 센터에 자원하는 경우는 매우 희귀한 일”이었다는 게 그의 말이다. 그는 이 때부터 슈퍼컴센터가 아닌 슈퍼네트워크센터라는 우스갯소리를 듣던 센터를 개혁하기 위해 매달렸다. 센터를 자체 연구조직으로 가져가기 위해 지난 99년부터 차세대컴퓨팅 선도기술개발에 센터의 역량을 쏟았다. 슈퍼컴퓨터가 계산을 수행하는 동안 설계변수나 계산방식 등을 GUI를 통해 실시간 제어하는 기술인 계산제어와 슈퍼컴을 연계해 초대형 계산과 협업계산 등을 수행할 수 있도록 슈퍼컴을 구축하는 기술인 메타컴퓨팅(Metacomputing) 연구가 주 대상이었다. 두 분야 연구에 매달린 결과 올 초에는 정보통신부의 국가 그리드(Grid) 구축계획에 기술적인 기반을 제공하는 성과를 올렸다. 이 계획은 초고속망을 통해 대형 슈퍼컴퓨터· 데이터· 고가장비를 연동, 연구자들의 공동활용을 돕는 사업으로 내년부터 5년간 400여억원이 투입된다. 이와 함께 연구지원 인프라 구축에도 나섰다. 과거 자신이 느꼈던 국내의 허약한 연구 인프라 체질을 개선시키기 위한 노력이었다. 우선 작년부터 국가 전략과제로 꼽힐만한 80개 과제를 선정해 슈퍼컴을 무상으로 쓰도록 정책을 바꿨다. 올해부터는 이 과제를 늘려나감은 물론 학술진흥재단과 과학재단 등 외부시스템과의 연계 고리를 이어 나갔다. 그는 이를 “막대한 국가예산을 들여 도입한 슈퍼컴이라는 자원을 시스템 공유를 통해 공동으로 활용하자는 취지”라고 말한다. 또 슈퍼컴이라는 자원을 효율적으로 유통시키기 위해 최근 서울대와 경북대· 국방과학연구소(ADD) 등 슈퍼컴을 보유하고 있는 기관을 모아 ‘한국슈퍼컴퓨팅협의회’를 결성했다. “슈퍼컴 자원의 유통시스템과 각 기관간 특화된 연구 영역을 구축하고 싶었다”는 게 협의회 결성의 산파였던 그의 설명이다. 과학기술부로부터 협의회에 대한 예산지원과 관련, 긍정적인 답변을 얻어낸 터라 2003년부터는 전략과제가 아닌 분야의 슈퍼컴 사용 비용도 협의회에서 지원할 계획이다. 슈퍼컴퓨터를 연구자에게 돌려주기 위해 부단하게 뛰어온 이상산 박사. 그는 이제 저가형 국산 슈퍼컴퓨팅 환경 구축을 위해 범용 PC 또는 워크스테이션을 네트워크로 연결한 국산 클러스터 개발에 정열을 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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